Mother Goose/Log

여우비

WizvixeN 2021. 3. 6. 03:13

 

누군가 말했습니다. 여우가 울면 비가 온다고.

 

그 말을 듣는 여우 입장에서야 얼마나 가소로웠겠느냐만은, 그런 우스갯소리를 꿋꿋이 하는 사람이 있더랬죠. 하지만 그것을 저의 눈으로 확인할 일은 없었습니다. 당신께서 잘 아시듯, 제게 눈물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요. 짧은 생이었습니다만, 돌이켜보면 저는 줄곧 행복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리 웃을 수 있었겠죠.

 

' 괜찮다 츠구미. 잘 하고 있으니. '

 

아직도 당신의 말이 이따금 귓가를 맴돕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당연한 이 말에 별 다른 의문을 가진 적 없었습니다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꽤 아픈 문장이더군요. 그제야 저는 깨달은 것입니다. 왜 인간들은 눈 한번 깜빡일 새에 바스러질 옅은 생을 살면서도 이별이 무서워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지.

 

언제부터였을까요, 이것이 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 이렇게 당신을 뵙지 못할 줄 알았더라면 미리 연모한다 일렀어야 하는데 바보 같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에 심장이 뛰고 볼에 열이 올랐다면, 당신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는 입술이 굳고 손끝이 떨려왔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놓고 당신을 이리 그리워하는 내가 참 미련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멋대로 되는 것이던가요.

 

그러던중 여우비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해가 나는 날에 비가 내리는, 여우가 울어 생긴다는 그. 다만, 비라는 것은 저 혼자 나리지 못해 구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스승님, 스승님은 구름이시지 않습니까. 구름은 잡아둘 수 없다 그랬죠. 그렇기에 감히 제 곁에 있어 달라며 보채지는 않겠습니다만, 아직 저를 위해주신다면, 정말루 그러면 혹 제가 울거든, 한번 들여다보러 와주실는지요.

 

그렇게 눈물 흘리는 저를 누군가 알게 된다면 멍청한 짓이라며 손가락질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사실 제 가슴이 이리 찢어지는데, 제가 어찌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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