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Goose/Log

엠버 킨 로그 모음

WizvixeN 2021. 2. 21. 02:03

[ 1기 ]

하이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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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htag_01]


그래, 그러니까 학교랑은 어울리지 않는 늦은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체육관에서 공을 튀기고 있을 수도 있고, 보람찬 치어리딩 연습 후 샤워실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둔 채 샤워 중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단 첫 번째로, 나는 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로, 아무리 보충 수업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시간에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에 나와있다는 점.

그래, 예상치 못하게 아주 작은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 3...8...7...5... 됐다. "

철컥- 소리와 함께 알루미늄, 혹은 철으로 만들어졌을 차가운 락커가 열렸다. 그리고 그 락커 안으로 손을 뻗어 이윽고 두꺼운 빨간색 노트를 집어 올렸다.

그러곤 락커 문을 닫기 전, 그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복도 끝을 확인했을 뿐. 딱히 누군가를 찾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뭐, 거기 누가 있었으니까. 어차피 지금으로부터 한 7시간만 있으면 다시 학교에서 만날 텐데, 인사 한번 한다고 나쁠 것도 없겠지.

" 너 이 시간에 집에 안 가고 뭐해! "

네게 들리도록 소리쳤다.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홈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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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htag_02]

" 제발, 수영장에 빠지는 애만 없게 해 주세요. "
왜, 꼭 이런 날에는 술에 취한 농구부 한 명이 수영장에 뛰어들곤 하잖아. 술 마시고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도 학교에서 못 들었나. 수영장에 누가 빠지면... 아, 그건 진짜 여러모로 골치 아프다고.

어쩌다 이 모양 이 지경이 됐는지, 엠버는 머리가 아파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비앙카랑 베네사, 그 자식들은 오는 대로 얼굴에 주먹을 한 대씩 날려줄 예정이었다. 그래도 이미 무를 수 없게 된 거, 테이블 위에 이것저것 꾸역꾸역 세팅해놓고,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신나는 노래들을 한껏 큰 소리로 틀어놓고, 집을 잘못 찾아가는 애가 없도록 불이란 불은 다 켜놓고.

' 아르바이트... 열심히 해야겠네. '
생각나는 지출에 연신 이런 생각만 머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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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너도 따라줘? "
한 손에 맥주, 그러니까 병째로 들고 서있는 학생 회장이었다. 적당히 마시라던 아까 그 사람은 어딨는지 이미 보이지 않고 없었다.

 

커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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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htag_03]


그러니까...미세스 코트니의 머릿속은 가끔이지 알 수 없는 면이 있단 말이지. 뜬금없는 담력 테스트를 진행한다던가... 프롬 파티를 수영장 파티처럼 진행한다던가... 물론 대부분은 기각됐지만. 그리고 이번에 이뤄지는... 이 커플게임인지 뭔지 역시 미세스 코트니의 엉뚱한 생각들 중 하나지만, 어째선지, 그게 통과돼서 복도가 아주 핑크빛이라는 얘기지.

내 짝은... 어디 보자, 엠버 킨... 엠버 킨... 엠버... 아, 여깄다.
카를 캐서린. 그래, 캐시라면 차라리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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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주황머리 아이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캐시가 뭘 좋아하더라. 막상 생각해보니 알고 있는 것도 없고, 기억나는 건 뭔가, 사탕이나 젤리 따위의 것들을 잔뜩 가지고 우리 집에 도착했던 것. 그리고 착한 콜라를 좋아한다는 것도.

분명 이쯤에 네가 있겠지. 너는 언제나 남과 얘기하는 걸 즐기니까, 아마 이 시간에 학교를 벗어나 있지는 않을 거야. 언제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나의 연인인 만큼 내가 독차지하는 게 맞지 않겠어?


" 캐시, 여기 있었네. "
어느 순간 네 뒤에서 가볍게 제 손을 네 어깨 위로 올렸다.

" 뭐해, 특별히 할거 없으면 드라이브 갈래? "

입꼬리 호선 그려 씨익 웃으며 차키를 흔들어 보였다.

 

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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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htag_04]
Something has changed with in me.


 ' 풍덩- '

누군가가 수영장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이마를 가볍게 치며 한숨을 내쉬곤 걸음을 옮겨 마당으로 나갔다. 저의 올리브빛 두 눈에 비친 어두운 피부와 군청빛 두 눈, 그리고 물방울이 잔뜩 맺힌 안경까지. 누가 봐도 너였다.

 

인상 깊었지. 당연하게도. 그렇게 수영장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꼭 말 안 듣는 애들은 한 명씩 있다니까? 그리고 아마 올해, 그중에서도 이번 학기에는 그게 너겠구나. 그때쯤 확실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날 처음 보고도 학생 회장인지 모르던 너는,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도 잘못 뽑았네 어쩌네, 조심하는 눈치라곤 없던 게 내 말을 고분고분 들을 생각은 없어 보였지. 원래 이 자리는 그런 자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너 같은 애를 이제까지 한두 명 본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말들 따위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괜한 오기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에는 당연하게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 네 두 눈은 도전적이었다. 나를 학교 그 자체로 보고 대항하는 건지 뭔지는 몰라도, 도전적이게 나를 내려다보는 그 두 눈에, 언젠간 네 코를 꺾어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가슴속에 너를 한번 제대로 혼내겠다는 마음을 품은 이래로... 아마 교내에서 꽤나 붙어 다녔던 것 같다. 아니면 그저 둘 다 학교에 붙어있던 시간이 길어서 나 혼자 '둘'이었다고 착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던 그날도, 체육관 안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네 모습에, 지고 오기만 해 보라고. 그러면 이번에야 말로 혼쭐을 내줄 거라고, 그런 생각부터 머릿속에 되뇌곤 했다. 이번에 정말로 우리 학교가 진다면, 물론 우리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걸 빌미로 너한테 밥 한번 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겠지.

 

그리고 문득 제 생각을 고쳐먹는 것이다.

 

'아, 이대로라면 진짜 위험한데 이거.'

 

언제부턴가 너를 눈에 담으면, 너를 혼내는 그 순간보다는 너를 혼낸 그다음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눈치챈 것이다. 예전에는 너를 혼내면 이제 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를 혼내면 네가 미안하다고 뭐라도 사겠지. 이렇게 하면 네가 이렇게 하겠지. 이런 일이 생기면 네가 여기로 가자고 하겠지. 그래, 이전에 느끼던 그 얄미움이라던가, 더 이상 그런 시시콜콜한 단편적인 감정 따위로 널 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 물론 면허 위조가 어쩌네 할 때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기는 했어. 그렇다고 그게 네가 아프길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가끔 네가 별 짜증 나는 말을 던질 때에도 벌점을 주고 싶었지만, 그게 네가 선생님께 불려 가 혼나길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기억해줘.

 

젠장, 진짜 망했구나. 어쩌다 이렇게 됐냐, 킨.

 

.

.

.

 

그저 네 손목을 붙잡고, 아마 자기보다 키가 클 너를 큰 두 눈을 치켜떠 올려다봤다. 얼굴은 네게 전부 보여주지 않은 채로 제 시야만 확보해놓곤 언제나와 같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 야, 홈커밍 내일인데, 너 파트너 아직 없지? "

아니 없으면 같이 가자고. 그러니까, 내 말은... 그냥 같이 가자는 게 아니고... 아 돌겠네.

 

" 내 파트너, 해달라고. "

파티장까지 내가 운전할게. 이번엔 면허도 들고 왔어. 자.

나 운전 잘해. 사고 안 내고 파티장까지 갈 수 있어.


[ 2기 ]

하이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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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_01 ]

그건 추운 겨울날 콧잔등에 날아 앉는 눈송이만큼이나 소소하면서, 또 새로운 일이었다.


아직은 견디기 힘든 겨울바람에 두 뺨이 얼어붙는다 느낄 때쯤, 그는 학교에 발을 디뎠다. 그러곤 주머니 속에 넣어둔 채로 따뜻하게 데워졌을 핫팩을 얼굴로 가져가려다 그만 핫팩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 생각보다 더 뜨겁네. '

핫팩을 다시 주워 결국 주머니에 도로 넣곤 그는 제 할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필요한 게 뭐였는지 제 머리에 되뇌면서 말이다. 아마 그는 오늘부터 사용할 출석부와 수업에 사용할 책 - 물리책 따위의 것들을 찾으러 가야 했을 것이다. 그 말은 즉 킨이 복도를 지나 락커의 앞에서 멈춰 설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난방으로 공기가 데워진 복도가 무색하게도, 철제로 된 락커는 여전히 차가웠고, 그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안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을 더욱 구겼다. 그대로 머리를 쓸어 넘기곤 외투를 벗어 사물함 한편에 자리를 만들어주려던 참에 복도 어딘가에서 울렸을 소리를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사실 말이 맞는지도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그냥 아마도, 누군가 이 시간에 나 말고도 여기에 있을 거라고. 그렇다면 한 번쯤 얼굴을 먼저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며 옷가지를 대충 정리해 한 팔에 걸어 들곤 더 중요한 일을 찾아 나섰다.


" 이거봐, 꽤 부지런하네? 이런 것만 보면 보충까지 올 인물도 아니었나 본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몰라. 그렇지? "

 

일대일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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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_02 ]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이 켜져 있는 도서관 한켠을 차지한 그는 적막뿐인 공기를 펜의 서걱서걱 소리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종이에 빼곡히 검은 글씨를 써나간지 얼마나 된 건지, 쓰고 싶은 게 영 생각이 나지 않는 마냥 갑작스레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며 한숨을 내뱉는 그였다.

그는 갑작스러운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한 것들을 빠르게 해치울 능력은 있을지언정, 준비되지 않은 모든 것들은 더 많은 관심을 요했고, 그것이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한 그에게 홈파티는 - 솔직히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 달갑지 않은 불청객 중 하나였다는 말이다.

그래, 그는 오늘 파티를 계획하는 중에 있었고, 안타깝게도 킨의 머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평소보다 퀭해진 표정으로 고갤 들어 널 바라보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나가서 얘기좀 할래? "
지금 이러고 있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홈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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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_03 ]

그러니까 그는, 뭐, 그동안 무슨 일을 했을지는 모두들 알 듯하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언제나와같이 자신 있는 미소를 잃지 않는 표정으로 네 앞에 나서선 입을 열었다.

" 이제 슬슬 애들도 많이 온 것 같고... "
온김에 놀만큼 놀다 가. 그런데 너무 마셔서 뻗지는 말고. 재워줄 수는 있는데, 아침에 태워줄 수 있는 건 세명이 끝이거든. 내 차가 4인승이라.

 

클럽 스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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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_04 ]

평소 와인빛, 설령 붉은 색이 아닐지라도 난색 계열 옷을 주로 입는 그의 입장에서 초록빛을 띄는 농구부의 유니폼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세이버 투스, 그가 좋아해 머지않을 이 이름을 달고 활동할 수 있는 단 하루의 날. 의상의 어색함 정도는 눈 감고 넘어갈 수 있었다.

체육관 문을 열자 약간은 텁텁하면서도, 다른 곳에 비해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 괜히 두근대는 것이었다. 처음 와보는 곳도 아닌데, 누가 알기라도 하면 얼마나 웃길까. 괜히 혼자 두 눈 휘게 멋쩍은 듯 웃고 만다.

"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

양 팔 뻗어 스트레칭을 시작하곤 얼마나 됐을지, 네가 곁에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 안녕, 역시 이 모습은 좀 어색하려나? "
하긴, 나도 어색해 죽겠는데.

 

커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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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_05 ]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세이버 투스의 경기가 끝난지 오늘로 하루... 아니, 벌써 이틀째인가. 킨은 아직 머릿속이 복잡했다. 경기가 끝난 게 언젠데 아직도 그때 일로 고민 중이냐 하면... 그때 그는 한 가지 약속을 내건 적이 있던 것이다. 저기 치어리딩 부장 누구 씨한테. 그래, 아마 이기고 오면 소원 들어주겠다 했던가 뭐랬던가.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때 엠버의 주변에 있었던 학생들 -어쩌면 전교생 모두-은 엠버의 두 번째 인격이라 해도 믿을 만큼 색다른 엠버를 눈에 담았을 것이다. 그러니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날의 킨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잘 모르겠는 것이다. 무슨 배짱으로 소원을 들어준다 했으며, 둘이 친해봤자 얼마나 친하다고 -엠버와 티엔은 실적 보고 이외의 만날 일이 없는 비즈니스 관계였고- 쟤는 또 그걸 승낙했는지. 안타깝게도 잊어버렸으면 그만이었을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둘 다. 아주 또렷하게.

' 햄버그 스테이크라... '
얘가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애였나?


치어리딩부 예산을 늘려달라던가, 조금 더 거창한 소원을 내걸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는 햄버그 스테이크만을 조건으로 내밀 뿐이었다. 얘가 원래 이런 걸 좋아하던가, 라는 생각도 잠시. 저가 상대의 입맛까지 알 정도로 원체 친했던 사이는 아님을 깨닫는다. 그래, 원래 그런 사이었지.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쩌면 더욱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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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스 코트니, 이건... "

기각, 기각, 또 기각. 미세스 코트니한테 세 번이나 거절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는걸요. 량 티엔이랑 제가 연인이요? 오 세상에, 하필? 정말로? 걔는 절 이름으로 부르지도 않는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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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은 옛날 얘기이다. 코트니를 찾아가 빌고 또 빈것도, 량 티엔이 자신을 회장이라고만 부르던 날들도. 아무리 그래도 과연 우리 둘이 연인 행세라니,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일들 - 손을 잡는다던가 누구를 껴안는다거나 혹은 입술을... 아니, 이건 못 들은 거로 해주길-을 해본 적이 없는 엠버의 입장으로서, 이 상황은 마치 그의 17년 인생에 처음으로 다가온 넘어갈 수 없는 산과 같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날이 내게도 오다니. 머리가 핑 돌아가는 그 찰나에 생각난 것이다.

' 햄버그 스테이크. '

그다음부터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건 학교 일정이고, 회장이니. 상대는 타 부서의 부장이기도 하니까 밉보이거나 얕보일 수는 없으니, 잘 해내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에 시달린걸지도 모른다. 그 회장은.

그 길로 락커로 달려가 제 차키를 꺼내들곤 차를 몰았다. 네 초록 머리칼이 보일 때 까지. 그 치어리딩복이 눈에 띌 때까지. 어디에 있을지 찾으면서.

' 찾았다. '

네 옆에 선 차의 창문이 내려오고, 그 안에는 회장, 아니, 킨이 타고 있었다.

 

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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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_06 ]


지겨워졌다, 너의 그 웃음이. 매일매일 모두를 향해 웃고 있는 그 얼굴이. 이젠 지겹다. 그래, 그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타입이었고, 이걸 인정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처음부터 널 만나지 말았어야 할까. 그러한 질문들만이 머리를 메꿀 뿐이다. 바보 같긴, 킨. 언제부터 바보였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력하고 무능했나.

하지만 그렇잖아, 그 누가 곧바로 말할 수 있었겠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웃집 부장을 좋아한다고.

https://youtu.be/0SSt6nKwqDs


[ 3기 ]

하이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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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1 ]

'시작은 사소한 것부터.'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것이라 하면, 즉 생소하지 않은, 그러니까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는, '시작은 일상에서부터.'

학교, 복도, 락커까지. 전부 그러한 일상적인 거리였다. 손에는 이제껏 늘 풀어오던 문제들이나, 저의 손때가 묻은 책 따위가 들려있었기에 평소와 똑같다고 하기에 아주 적격인 하루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종이로 이루어진 탑의 가장 위에 위치한, 일상 속에 들어서서는 날 비일상으로 데려가 줄 이번 보충학습 참가자의 명단.

양손이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능숙하다는 듯 제 사물함의 문을 열어 그 종이 쪼가리들을 남는 자리 아무 곳에나 내려놓았다. 평소에 어지르고 사는 편은 아니라지만, 일단 시간도 늦었고 이만하면 됐을 것이다. 다만 오늘부터 모두가 알다시피 보충학습이 시작되는 것은 사실인지라, 어쩌면 오늘은 저것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한다. 결국 탑의 맨 끝에 놓인 명단을 곁눈질로 슥 훑고는,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사물함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곤 몇 걸음 걸었을까, 아직 락커가 가득한 복도를 벗어나지 못한 참이었다. 학교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는 것 역시 흔하디 흔한 일이었으며, 충분히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평소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다지만... 무언가의 시작은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이 시간에 학교면 사실 뻔하지. 안 그래? "
어쩌겠어. 위에서부터 그러라는데 할 수 없지.

 

일대일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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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2 ]

길었던 마피아 게임이 끝이 나고, 창 밖을 문득 보니 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빗소리란 건 조용하면서도 시끄러워 내 주변이 시끄럽다면 그를 알지 못한다.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처럼, 빗소리 역시 그 주변이 조용해졌을 때야 비로소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비가 정확히 언제쯤부터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저 빗소리에 지금은 내가 혼자 있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본디 차를 끌고 다닌다지만, 그의 집은 학교에서 멀지 않아 주차장의 한켠에 그의 차가 있을 리는 없었고, 비는 그의 계획에 없던 일인지라 우산 역시 없었다. 아직 옅은 비여서 뚫고 가려 한다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학생회실. 학생회실에 가야겠다.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 타서 손에 쥐고 잠시 비가 그치길 기다려봐야지. 수틀리면 어쩔 수 없다지만 인생은 늘 도박의 연속인걸.

" 너도 우산 없어? "
같이 비 그치는거 기다릴래? 차라도 타 줄게.

 

세이버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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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판결에 놀라지 않았는지 잠시 물끄럼 코트를 바라보나 싶더니, 자리에서 일어서 코트를 향해 소리쳤다.

" 저쪽에서 반칙했건 어쨌건! 지금 이기고 오면 스테이크다! "
원래 심판은 늘 그랬어!

 

커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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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3 ]

이 세상에 있는 신이란 신들께 제발 부탁하건대, 제발. 제발 저를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가 원래 이렇게 자립심이 없는 애는 아닌데요 이번만큼은 좀 안타깝게 여기고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애초에 이 사단이 난 것도 당신들의 운명의 장난이니 뭐니 때문 아닌가? 아 조금 빈정 상하려고 하는데... 아뇨, 아뇨 아뇨 아뇨 다 제가 잘못했으니까 부디 한 번만 가여이 여겨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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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다. 딱 한 명의 신만 잡아서 당신만이 날 구원해줄 수 있노라, 그렇게 빌었어야 한다. 분명 이건 신들끼리 귀찮다고 서로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된 걸 테지. 그렇지 않고서야 내 운명이 이렇게까지 기구할리가 없다. 혹은 애초부터 빌 대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 계산하지 못하다니, 나도 이제 물렀구나. 그래, 학교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학생에게는 신이고 뭐고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교사가 곧 진리이며, 신이다. 그러니까 미세스 코트니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매달렸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미 미세스 코트니한테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린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다. 한 번쯤 더 그랬어도 괜찮았을 텐데 대체 왜 그러지 않았는지, 과거의 나에게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정말 모르겠거든.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제발, 그놈만은... 안 된 단말이죠...

초록빛 머리칼을 높게 묶곤 늘 생글생글 웃는 녀석의 얼굴과 학생회실을 빠져나와 잘 가라고 인사하면, 난 늘 한 가지 생각밖에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 다음에 만나면 또 뭐라고 하지? ' 대략 4개월. 혹은 그와 엇비슷한 기간. 길다고 하긴 뭐해도 전혀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 기간 동안 그 아이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가 정말 장담컨데, 이 학교에서 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분명 나일 거다. 사실 이 생각 자체를 할 수 있다는 게 어느 정도는 기만인가 싶지만서도,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내가 맞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만 생각하면 이 상황이 썩 나쁘지는 않겠지. 지금 내가 녀석과 해야 하는 건 커플게임. 상대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유리하게-승부를 내는 게 아니니 이런 단어는 조금 안 맞을지 모르지만-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이 기본.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지금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닌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학생과 이런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게 정말 운이 좋은걸 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단 한 가지, 내가 미치도록 잊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녀석과 나는...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마주쳤을 때 썩 유쾌한 사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할 회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것들 때문에 만날 일이 너무 많아서-사실 최소 하루 세 번꼴은 얘기를 한다-정말 내가 맹세하건대, 미치겠다! 정말로 미치겠다! 그리고 정말로 다짐했다. 아 저는 직장에 다니게 된다면 사내연애는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치어리딩부 부장의 '전 여자 친구'이자 치어리딩부의 최종 안건들을 검토하는 학생회장. 지난 4개월간의 연애 덕분에 졸업만을 기다리는 운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진짜 이 얼마나 재밌는지... 커플게임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고 나니 옆에 떡하니 쓰여있던 그 이름... 량 티엔. 내가 어떻게 이 이름을 듣고 제정신일 수 있겠어. 미세스 코트니는 알 턱이 없겠지만 선생님은 지금 내가 조퇴장을 날리고 학교를 탈출하지 않은거에 감사해야 할 거다. 수업시간 내내 그럴까 수도 없이 고민했으니까 말야. 배탈이 난 척을 할까? 아니면 핫팩을 귀에 대고 있다가 열이 난다고 해...? 그게 아니면... 물론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에 엎어지는 것 말고는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어쩌지? 걔는 날 찾으러 오기나 할까? 아니야, 내가 아는 량 티엔은 이런 거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게로 찾아와서는 '엠버- 우리 이거 먹으러 갈래요?' '엠버, 무슨 생각해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나마 걔는 나를 어색해하지 않는게 다행이지만... 나는 그게 안된단 말이지. 애초에 걔가 특이한 거다. 내가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란 말이야. 그래.

잠시 제정신을 되찾고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눈 앞의 전원이 꺼진 검은 화면의 모니터에 저의 얼굴이 비쳤다. 아주 제대로 헝클어진 머리에 한숨 한번 푹 쉬곤 머리에 꽂아뒀던 핀을 빼내 손 빗질로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러곤 책상 위에 올려뒀던 핀을 다시 집어 든 순간, 문득 들지 않던 생각이 들었다. 이 핀은 다름 아닌 그가 사준 것이었기에-무려 이전 커플게임인지 뭔지에서-. 그동안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왜, 핀은 잘못도 없고 애초에 물건 안 아끼면 환경오염에 기여하는 꼴이라고. 다만 오늘은 아니었다. 둘 모두에게 딱히 달가운 상황도 아니면서 뭘 어쩌자고 좋았을 옛날 옛적 물건을 차고 다녀. 이건 아니지. 그렇게 머리핀을 셔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평소랑 다르게 앞쪽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칼은 시야를 끊임없이 가려 불편했지만, 저 핀을 꽂음으로써 내가 느끼게 될 불편함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불편함이었다.

그렇게 학생회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동안 너를 마주치지 않는다면, 대충 바빴다고 둘러대면서... 그렇게 오늘을 넘길 것이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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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 음식? "

그래. 넌 역시나 이런 식이지. 결국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은 수포로 돌아갔고, 다시금 네 생글생글한 웃는 얼굴을 마주했다. 가슴이 요동쳐온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고, 손에선 조금 땀이 나는 것 같고... 만약 이 순간에 ' 그거 사랑이네- '라고 입을 놀리는 놈이 있다면 그게 누가 되었든 간에 쥐어 패줄 생각이니 조심하길 바란다. 어쨌건, 더 이상 무를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여기서 전력질주를 할 수는 없잖아. 만약 그런다고 해도 운동하는 애, 그것도 부장 앞에선... 가망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겠지. 내 오늘은 나의 것이 아닌 거로 해두자고.

" 현금 챙겼어? "
그 정도로 준비성 없는 애는 아니었길 바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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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4 ]

' 아 뭔가 부족한 기분인데... '
어째 가을도 아닌데 뭔가 공허한 기분이 든다. 이런 종류의 허전함은 채우고 채워도 어딘가 허전하단 말이지. 배를 채운다던가, 옷의 단추를 전부 채우는 것 정도로는 이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잠재울 수 없다. 스스로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별 다른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기분이 계속 들던 말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 할 일? 잠시만, 뭔가 잊은 것 같은 게 이거였나. '

6월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깔끔한 달력을 쥐어들고 꼼꼼히 훑는다. 그리고 너무 엄청난 사실 한 가지를 깨닫는 것이다. 내일 홈커밍이었구나. 이런 류의 파티는 더 이상 저에게 설레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벌써 몇 년짼지. 물론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그건 좀 아쉬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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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홈커밍인거 알아? "
나 완전히 까먹고 있던거 있지.

 

홈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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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5 ]

인생에서 ' 아, 내가 그래도 성장했구나. '라고 느끼는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가령 좋아하던 신발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되었다던가, 예전엔 너무나도 어려워했던 수학 문제를 이제는 별 노력도 들이지 않고 풀 수 있게 되었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 경우엔 이 파티였다.

이것이 내 경우엔 파티에 무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윈터포멀, 홈커밍, 프롬... 이젠 이런 단어들을 들어도 설레지 않았다. 이전 14살이었을 때... 처음으로 가보는 윈터포멀이네 어쩌네 하며 화려한 드레스를 맞춰 입었던게 엊그제같은데, 이젠 그냥 집에 있는 옷을 아무거나 꺼내 입고 올정도로 그는 이런 것들 따위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것이 그가 파티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늦었지만, 그는 주차해둔 차의 문이 잠기는 소리를 뒤로하고 파티장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 늦었어. "
그냥 그러려니 해. 차가 좀 막히더라.

 

고백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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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6 ]

판도라의 두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일었다. 결국 넘실대는 궁굼증의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판도라는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아아, 그녀는 그길로 후회에 빠지고 말았다. 슬픔, 분노, 질투... 전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른 인간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그 날 이래로 인간들에겐 온전한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하여 던져졌다. 이러한 의문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를 묻는다면 난 대답하건대, '온전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인간은 가지지 못할 것을 늘 넘보곤 한다. 그 결과, 그들은 아프로디테 신전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완벽을 꿈꿨다. 참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이냐면, 오리온은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맞아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고, 나르키소스는 이뤄지지 못할 사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트로이 전쟁 역시 온전히 그 우스운 감정 하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사랑따위 필요 없어. 신 같은 건 믿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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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아버렸다. 네가 뜀박질을 할 때 머릿결이 어느 모양으로 찰랑거리는지, 네가 술을 마시면 어느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지, 경기 도중 친구가 다칠 때에는 어떤 반응을 하며, 그런것들을 바라보는 네 두 눈은 무슨 색인지.

너는 참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아마 넌 주변 어디를 가던 환영받겠지. 그런 너는 마치 한 폭의 여름날을 빼다 놓은듯 하였기에 널 모른 척 하려야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너는 게임 하나에 참가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네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소수에 입장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죽거나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라면 이것저것 진행자로서 나서왔지만, 그에 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나에게 의무로서 남겨진 일이니까, 그래서 하는 것. 그 뿐이었다. 다만 그날만큼은 이 게임의 진행자가 나여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는 게 불가능했을 테니까.

' 간밤 사이, 엠버 킨이 마피아의 총에 맞았습니다. '

그날부터 내가 무슨 생각으로 학교에 나와 너를 마주했는지는 모르겠다. 보다 솔직해지자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좋아하는 만큼 아파졌다. 가슴 한 쪽에 총을 맞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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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제발 빌어먹을 신께 말하는데, 대체 왜 이런 불완전한 감정을 만들어 나를 아프게 하는겁니까. 좋으면 좋거나, 나쁘면 나쁜 거지 이런 거지 같은 감정이 대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이후로 사랑이란 게 이렇게나 위험한 감정이 된 거라면, 대체 왜 누군가는 사랑 덕분에 행복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저들은 가슴속에 이런걸 품고도 아프지 않을 수 있는지.

그렇다면 과연 내가 그걸 알아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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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해가 져도 내일의 해가 뜰 거라는걸 알아. "
올해가 지나면 또 내년이 오겠지.

그런데 내 이번 여름만큼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 역시 난 알고 있어.



그래서 말하건대, 네가 있어서 올여름만큼은 온 세상이 반짝였노라고, 그렇게 용기 내 입을 열었다.

https://youtu.be/iBH5a4210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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