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ainy Season
내 끝나가는 여름 이야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들어 막 해가 졌을 하늘을 바라봤다. 칠흑 같은 어두움은 아니지만, 오묘한 붉은빛이 섞인 초저녁 하늘. 그리고 하늘 한구석에서 몰려오는 먹구름 떼와 언제 다시 내릴지 모르는 비를 경계하듯 마구 울부짖는 매미 소리. 그야말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완벽한 장마였다. 그 모든 것들은 나의 찬란했던 여름을 상기 시킴과 동시에, 나의 사랑스러운 여름이 이제는 끝났음을 못 박았다.
쨍하게 내리쬐는 여름날의 햇볕 아래에서 덥다고 투덜대면서도, 사람이 많은 곳은 가봤자라며 잡아 빼면서도, 그 모든 나날들이 결국 행복하게 끝맺음을 맞았고, 그래, 이미 알고 있지만 아마 그건 네 덕분일 것이다.
유진, 유진. 어쩌다 이 이름을 알게 됐더라. 두 눈을 가만히 감고 널 곱씹어 본다. 어두운 머리가 사랑스러운 넌, 대체 내게 얼마치의 청춘을 심어주고 간 건지, 그 값어치는 아마 그 누구도 감히 헤아릴 수 없겠지만.
너와 함께한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너와 함께한 하루가 모여 내 여름이 되었다.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 반짝임이었다. 그리고 베서니 정이 간절히 저의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이 한 가지 있노라면, 그건 분명히 반짝임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고 해주세요,라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가을 날씨는 내 마음을 헤집어놨다. 무언가를 잃은 듯한 공허함이었다. 날이 간다고 해서 네가 떠나는 것이 아닌데, 왜 난 아직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우습기 짝이 없었다.
내 여름날을 아직 놓아주지 못했다. 너와 함께한 나날들을 스쳐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 아직은 내게 무겁고, 또 무섭게 다가온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의 방황 속에서 진실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마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나의 가치일 것이며, 나의 신념일 것이다.
📞 유진, 오늘 비 엄청 오더라. 곧 날씨가 추워지겠어. 그렇지?
New year
always w. U
두 눈을 한번씩 깜빡일 때마다 넌 더욱 내게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네가 내게 다가오는 속도는, 그래. 마치 봄이 오는 속도와도 같아 내게 따스함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틈따위는 주지 않는다.
널 만난 여름날, 그리고 추운 겨울을 지나 새 봄이 시작되려한다. 원치는 않지만, 봄은 언제 왔냐는듯 빠르게 지나갈 것임을 난 알고 있다. 그러면 일년을 돌아 나는 여름날의 열정적인 태양 아래 널 만나겠지.
그렇기에 이번 봄은 무척이나 특별하다. 너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계절과도 같기에, 네가 성큼 다가오는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나 역시 느긋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두팔 벌려 널 반겨줄 준비를 해야지. 1년 전의 나는 네게 해줄 수 없던 말들을 해야지. 그렇게 네게 내 가슴속에 자리잡은 모든 사랑을 속삭이고 나서야 1년 전의 나에게 봄같은 사람을 만나면 포기하지 말라고, 놓지 말라고 작은 텔레파시를 보내줘야지. 눈치 없는 나는 알아듣지 못할게 뻔하지만.
1년전의 나는 어땠을까. 또 1년 전의 너는 어떻고. 소심하고 사람을 만나길 꺼려하며, 만사가 귀찮아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일상이었던 베서니 정은 이제 문제 없이 레스토랑에서 서빙 알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리고 그의 발자취 주변에는, 늘 그의 발자국보다 더 큰, 누군가의 발자국이 함께 있었다. 덕분에 그의 주변에는 늘 사계가 끊이질 않았다. 그 모든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창 밖으로 봄내음이 올라오는걸 보니, 네가 또 가까워졌나보다.
" 유진, 우리 꽃피면 소풍갈래? "
고백로그
one last time
마지막, 그 말은 참 달콤하면서도 안타까운 말이다. 우리는 모두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던, 혹은 다른 이루고자 하는 목표던.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 저 마지막에는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지? ' 그리고 그 생각으로 하여금 우리는 허무의 굴레를 걷기 시작한다. 그 마지막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날 행복하게 해주기에 충분할 것인가.
시작은 언제였는가. 6월. 쨍한 여름도 아니고 6월. 6월 15일. 너와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은 분명 그때쯤. 그럼 이 마음의 시작은 어디었는가.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역시나 그때쯤.
그렇다면 마지막은 언제쯤 날 찾아올 것인가. 그게 오늘인가? 혹은 내일인가? 그 날이 온다면 난 행복할 것인가? 난 과연 네가 없이 내가 맞다 말할 수 있을까?
너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나날들은 분명 내 안에서 원을 그리며 맴돌 것이다. 그래, 원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상상 속에서 마지막을 그리지 않고 있다 함은, 굳이 그 마지막을 내 두 눈으로 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아닐까.
아, 맞아. 그랬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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